의회정치의 현장 | 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 국정감사를 통해 정치가 할 수 있는 것

박선민
2019-11-13
조회수 486

마음에 걸리는 건 국회는 지금 과연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 여부다. 국정감사는 어떠한가. ‘국가정책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현재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일체감을 갖고 행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여당’ 대 ‘야당’의 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입법부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의회 정치의 현장」을 연재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누가 물으면 “국회에 대한 불신이라는 말을 안 쓰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만큼 욕을 많이 먹는 곳도 없을 것이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건만 칭찬은 가뭄에 콩 나듯 듣고, 비난은 장마철 콩나물 자라듯 듣는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쉽게 비난하며, 그것이 정의롭고 공익적인 일이라고 착각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입법부의 권한을 줄였을 때 나타날 사회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강자들의 권한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의 권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입법부가 가진 모든 권한은 시민의 대리자로서 부여받은 것이다.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입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의회정치 현장에서 본, 살아 있는 정치를 전하려 한다. 국회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는 오늘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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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정치의 현장 ⑤ - 국정감사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 국정감사를 통해 정치가 할 수 있는 것

글쓴이_박선민 보좌관


“요즘 한가하시죠? 쌈박질하느라 일을 안 하니…….”

“한가한데 일요일에 나와서 일하다 이 시간에 퇴근하겠어요?”

“실무자만 일하지 의원들은 놀고 월급 받잖아요.”

“방금 전까지 의원님과 일하다 나온 겁니다.”

“어디서 일하세요?”

“어디든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 똑같아요. 밖에서 보시는 것과 다릅니다.”


국정감사 막바지 주말 저녁이었다. 물에 젖은 솜뭉치 같은 몸으로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택시를 탔더니 기사님이 말을 붙인다. 국회에서 택시를 타면 곧잘 나오는 이야기인데,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답하고 말았다. 그래도 일요일 늦은 밤에 퇴근하는 사람에게 ‘한가하지 않냐’는 질문은 과하지 않은가. 내가 퇴근하던 시각에도 의원회관 불은 환히 켜져 있었다. 국회에 대한 오해는 불신과 짝을 이룬다.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국정감사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씁쓸하지만,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국회는 지금 과연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 여부다. 국정감사는 어떠한가. ‘국가정책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입법부는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 운영의 실태를 파악하고, 입법과 예산심의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며,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즉, 국정감사는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입법・예산심의・국정통제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것이 국회가 지닌 ‘일반 국정에 관한 권한’이다.


국정감사는 <제헌 헌법>(1948.7.17.)에서부터 근거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유신 때(1972.12.27.) 폐지되었다가 민주화 직후인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1987.10.29.)으로 부활했다. 이후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국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그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사진 설명> 국정감사 장면_출처 보건복지부
<사진 설명> 국정감사 장면_출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는 첫째, 국정 전반을 한 뼘의 성역 없이 파헤칠 수 있는 입법부의 막강한 권한이자, 둘째,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집권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장이기도 하다. 이를 기준으로 현재의 국정감사를 본다면 어느 쪽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현재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일체감을 갖고 행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여당’ 대 ‘야당’의 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입법부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이때는 여당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치중하거나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질의를 활용하는 것은 여당 의원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입법부 고유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야당은 어떠해야 할까? 민주주의는 야당이 여당을 대체할 수 있는 체제라고 했다. 따라서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집권 여당보다 정부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야당이 여당보다 국정감사를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이런 필요 때문이다. 질의를 통해 정당이 추구하는 지향과 가치를 보여 줘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이보다 중요할까? 지난 인사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보다 가치 있는 것일까? 국정감사가 본연의 기능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감사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① 많은 피감 기관, 짧은 질의 시간

국정감사를 더욱 잘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2019년 국정감사는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22일간 상임위원회별로 실시했다. 겸임상임위원회인 국회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의 국정감사는 10월 23일 시작돼 11월 6일까지 별도로 실시되었다. 이번 국정감사 대상 기관은 788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8년 753개, 2017년 701개, 2016년 691개 기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겸임상임위를 제외하고 감사 기간은 22일이지만, 주말과 자료 정리일(대체로 수요일)을 제외하면 실제 국정감사가 실시되는 날짜는 상임위별로 8~15일에 불과하다. 피감 기관이 가장 많은 곳은 교육위원회로, 1일 평균 기관 수가 11.4개소에 달한다. 모든 국립대학과 시도 교육청을 감사해야 하기에 감사 1반, 2반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경우 하루에 27개 기관을 감사하기도 한다.


국정감사 기간은 짧은데 피감 기관은 많고, 이에 비해 질의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다. 상임위 질의는 통상 1차 7분, 2차 5분, 3차 3분으로 진행한다. 3차 질의까지 충실히 해도 총 질의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온종일 회의를 해도 의원 한 명당 발언 시간은 20여 분 내외다. 이 시간에 답변도 포함되니 차분히 답변을 듣기는 애당초 어렵다. 질의하는 입장에서는 일분일초가 금쪽같은데 답변하는 장관이나 기관장이 장황한 설명을 하거나 핵심에서 벗어나면 발언을 저지하게 된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무책임한 답변을 하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국정감사 등 상임위원회의 질의에서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데에는 시간적 제약도 있다.


이와 달리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대정부 질의의 경우 질의 시간에 답변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질의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우리가 국무총리의 차분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답변에 시간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질의와 답변이 일문일답 원칙에 맞게 충실히 이루어지려면 적어도 답변 시간만큼은 질의 시간에서 분리해야 한다.


구분일수기관수1일 평균 기관수
국회운영위원회294.5
법제사법위원회11766.9
정무위원회11454.1
기획재정위원회10292.9
교육위원회89111.4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12826.8
외교통일위원회15312.1
국방위원회11645.8
행정안전위원회11322.9
문화체육관광위원회10757.5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10343.4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11615.5
보건복지위원회10454.5
환경노동위원회12715.9
국토교통위원회10323.2
정보위원회351.7
여성가족위원회263.0
합계1597885.0



② 상시 국감? 국정감사는 언제 하는 게 좋을까?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이면 연중 어느 때나 국정감사를 실시하자는, 이른바 ‘상시 국감’ 이야기가 나온다. 상시 국감은 국정감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대안이다. 2013년에는 당 별로 구체적인 안도 제시되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임위별로 연간 30일 이내에서 1주 단위로 4회 정도 분산해 실시하자는 방안을 제시했고, 새누리당도 상시 국감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의당은 상임위별로 상시 국감을 실시하고, 감사원 감사 의뢰 요건을 본회의 의결에서 상임위 의결로 완화하며, 예산상 불이익 또는 기관장 해임 등 강력한 조치로 시정·보완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상시 국감이 제기되는 배경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기관을 한꺼번에 감사하는 현재의 관행상 깊이 있는 국정감사가 어렵다는 데 있다.


상시적 국정감사 실시는 장단점이 있다. 분산 효과는 장점이지만, 집중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그보다 좀 더 실용적인 개선 방법은 국정 감사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국정감사는 정기회 이전, 즉, 9월 1일 전에 30일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시간을 역산하면 적어도 8월 1일에는 국정감사를 시작해야 한다. 과거 법에서는 정기회 개회(9월 1일) 이후에 실시하도록 했는데, 2002년 법 개정을 통해 9월 10일에 시작하도록 했다가 10년 만인 2012년 다시 개정하여 정기회 이전으로 앞당겼다. 정기회 전에 국정감사를 마치고, 정기회에서는 예산과 법안 심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합리적인 방안이었지만 국정감사는 법에 기간에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체 간 합의’로 10월에 실시되고 있다. 9월에 실시한 사례가 있긴 하다. 2015년,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경우 전반기(9월 10~25일)와 후반기(9월 30일~10월 8일)로 나누어 실시했다. 이 외에는 대부분 관행적으로 10월에 실시하고 있다.


법 개정 이유에도 나왔지만, 정기회 기간에 국정감사까지 진행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국회의 회기는 정기회와 임시회로 나뉜다. 정기회는 매년 9월 1일에 시작되어 10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정당 대표 연설, 대정부 질문 등을 실시하고, 다음 연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법률안 등 기타 안건을 처리한다. 임시회는 대통령 또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의 기간에서 진행되는데, 통상 2월, 4월, 6월 등 짝수 달에 열린다. 정부의 업무 및 주요 현안 보고, 법률안 및 기타 안건을 처리한다. 정기회에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현행 방식에 따르면 국정감사 직후에 예산 심사가 진행되니 아무래도 예산 심사에 소홀해진다.


국정감사는 결산 심사와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산은 심사 결과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는 경우 정부나 해당 기관에 변상 또는 책임자 징계 조치 등 시정을 본회의 의결로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시정 요구를 받은 기관은 그 사항을 즉시 처리하여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문제가 있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 국정감사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 행정부를 감시한다는 면에서는 ‘사용처’를 정하는 예산 심사보다 ‘제대로 사용했는지’를 살피는 결산 심사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결산 심사는 갈수록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산만큼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와 결산 심사를 상반기에 진행하고, 정기회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예산・법안 심사에 집중한다면 상시 국감 못지않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③ 보도 경쟁에서 빠지겠습니다

2018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회의장에는 뱅갈고양이가 등장했다. 대전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 국회의원이 이에 대해 질의를 하면서 퓨마를 대신하여 뱅갈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질의 요지는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날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해 인터넷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소집된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NSC 소집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날 대부분의 언론에 뱅갈고양이 사진이 실렸고, 다른 의제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만약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문제에 대해 정책적으로 다루려면 동물원의 동물 정책을 살펴야 한다. 특히 맹수의 탈출에 따른 대응 매뉴얼, 동물 안전관리 실태를 들여다봐야 하고, 근본적 대책으로 현재와 같이 우리에 갇힌 동물을 구경하는 ‘관람형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야생과 유사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생태를 관찰하는 ‘관찰형 동물원’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이 언급되어야 한다. 동물과 관련한 법으로는 <동물보호법>,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법>,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 있고, 각각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률이다. 각 상임위에서 이런 내용을 다룬다면 언론에 보도가 될까? 일부 언론은 보도를 하겠지만, ‘뱅갈고양이’ 만큼 폭발적 관심을 끌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보도의 유혹에서 자유로워져야 정책 질의가 가능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무책임한 폭로, 근거가 떨어지는 억지스러운 주장, 입맛에 ‘맞춘’ 데이터 분석, 예전 보도 자료 베끼기는 국정감사의 의미를 스스로 낮추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내가 ‘비운의 보도 자료’라고 부르는 보도 자료들이 있는데, 정책적으로 완성도가 높음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정책 제안으로 <국민연금 개혁 방안> 보도 자료 6건을 준비했다. 모두 다소 논쟁적인 주제였고, 그중 한 건은 국민연금 수익비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민연금 수익비를 1.8배라고 홍보해 왔는데, 이게 과소 추계되었음을 실증했다. 수익비가 1.8배라는 것은 내가 100만원을 내면 18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늘어난 평균 수명 등을 반영하면 국민연금 수익비는 2.6배로 높아진다. 100만 원을 내면 260만 원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사적 연금은 수익비가 1.0배가 넘지 않아 내가 낸 것보다 적게 받으니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월등히 높다. 공적 연금이라 가능한 수치다. 가입자에게 이렇게 유리하다는 걸 더 홍보해야 하는데, 정부는 수익비 1.8배를 고수하고 있다. 왜 안할까? 수익비를 정확히 계산하면, 장기 재정 추계에도 똑같이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 추계의 기본 전제가 바뀌면 연금 고갈 시점도 달라진다. 연금 개혁의 출발은 ‘정확한 사실(추계)’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나머지 보도 자료도 이런 관점에서 작성한 것이었다.


얼마나 보도가 되었을까? 이 자료는 딱 한 언론사에서 온라인 판으로 올렸고, 조용히 사라졌다. 마음은 사정없이 널을 뛰지만, 이럴 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국정감사의 목적이 언론 보도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 보도가 되면 더 없이 기쁜 일이다. 언론의 힘이 더해지면 문제 해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비운의 보도 자료’가 될 뻔 했던 위 자료는 5일 뒤 ‘국가 기간 뉴스 통신사’의 눈 밝은 기자님이 기사를 썼고, 이어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할 수 있는 일


① 행정부에 대한 감시

국정감사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행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들 수 있다. ‘통킹 만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폭로한 미국의 대표적 탐사보도 언론인 I. F. 스톤(I. F. Stone)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All governments lie)라고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루었던 의제 중 하나는 대통령의 이름을 건 정책에 관한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정책으로, ‘문재인 케어’라고 부른다. 특히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겠다는 취지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재난적 의료 상황이란 질병・부상 등으로 인한 치료・재활 과정에서 소득・재산 수준 등에 비추어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원 대상, 대상 질환, 지원 금액이 확대되었다.


2015년에는 암, 희귀 난치성, 심장, 뇌혈관 질환, 중증 화상 질환 입원 환자, 항암 외래 진료에 대해 지원하던 것에서 2018년부터 모든 질환의 입원 환자와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희귀 질환, 중증 난치 질환, 중증 화상 질환의 외래 진료까지, 지원 금액은 최대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예산도 전년 대비 3배가량 증액되었다. 그런데 실제 지원 건수를 살펴보니 작년보다 2,884건이 줄었고, 지원액도 117억 원 감소했다. 의료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건수는 2016년 442건에서 2018년 966건으로 2배 늘어났다. 결국 예산의 86%인 1,293억 원이 불용되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정부는 ‘확대’를 말해 놓고, 지나치게 확대될까 염려했던지 지원 대상자 규정을 강화해 버렸다. 기존에는 의료비가 200만 원 이상 발생할 경우 중위 소득 80% 이하 소득자라면 전부 지원 대상이었지만, 문재인 케어 실시 이후에는 전부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다. 중위 소득 50% 이하는 기존과 같지만, ‘중위 소득 50~8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의료비가 200만 원 이상이더라도 연소득 15%를 초과할 경우에만 지원 대상이 되었다. 지원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예산의 무려 86%를 못 쓰고 만 것이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고, 정부를 대표하는 정책으로 홍보했음에도 이처럼 실제 집행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개선하여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국정감사 고유의 역할이다.


<표>재난적 의료비 지원 건수 및 예산, 실집행, 불용 현황(단위 : 건, 백만 원)
연도지급 건수탈락 건수예산액집행액불용액
201519,291△2,41760,00059,862138
201614,75244255,00045,0929,908
201711,57197552,50232,74919,753
20188,687966150,46221,098129,364

(2019 국정감사, 윤소하의원실 보도 자료 재인용)



② 의제의 사회화

국정감사를 통해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뚜렷한 성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 제기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우가 있다. 다음 사례를 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7월 건강보험 자금 투자 전략을 변경했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전한 자산에만 투자했는데,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나 사회간접자본, 위험성이 높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투자 가능액은 주식에 4,100억~8,200억 원, 대체 투자에 8,200억~1조6,400억 원이다. 최대 약 2조4,6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건강보험공단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1년 단위로 단기 운용되는 사회보험이며 단기 유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금을 적립한다. 즉, 그해에 걷어서 최소한의 준비금만 남기고 모두 사용해야 하는 자금이다. 장기 적립을 목적으로 하며 일정한 수익을 창출해 자산 규모를 키워 가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2018년 적립액은 20조6천억 원에 달했다. 2010년 9,592억 원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사용해야 하는 돈을 사용하지 않고 모아 놓고만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케어’와 모순되는 일이다. 왜일까? 자금 투자는 자산군별로 ‘비중’을 나누어 이루어진다. 적립액이 많을수록 투자액도 많아진다. 1조 원의 2%와 20조 원의 2%는 규모가 다르다.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적립액을 쌓아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점이다.


건강보험 준비금으로 위험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시도 자체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4대 사회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중 건강보험만 유일하게 기금이 아니다. 기금으로 운영한다면 재정 당국과 국회의 통제를 받지만 건강보험은 자체 예산이기에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운용되는 국민연금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기금 운용 계획을 세워서 사용자, 근로자, 지역 가입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고 국회에 보고한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기금의 운용 내용과 사용 내용을 운용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고 공시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내부에 준법 감시인도 두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와 같은 법적 근거를 갖추지 않았다.


이런 경우,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긴 했으나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공단과 후속 논의를 통해 내부 규정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국회로 논의를 가져와야 한다. 건강보험 준비금의 적립 규모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투자처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또는 제한해야 하는지, 공적 감시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 논의할 것이 많다. 이처럼 해당 의제를 공론화하여 논의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과정을 ‘의제의 사회화’라고 한다. 국정감사는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만이 아니라 중요한 의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면, 진짜 대결이 시작된다.


③ 정책은 상품이 아니다

국정감사는 당해 연도에 끝나지 않는다.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는 다음해 3월, 감사원에 요청한 감사 보고서는 다음해 7월이나 되어야 나온다. 어떤 질의를 했는지도 잊을 즈음 처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청년 건강검진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이다. 청년 지원 조직에서 일하던 후배로부터 청년들의 건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질환을 선정하여 연령별 증가율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근골격계 질환, 소화계 질환, 공황 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 건강 관련 질환에서 전체 세대를 통틀어 청년들의 건강이 가장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다.


대체 청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증가율만 보면 ‘청년병’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취업 준비와 스트레스,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건강은 나빠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국가 건강검진에서도 소외되어 있었다. 건강검진 대상이 ‘40세 이상인 지역 가입자’ 또는 ‘40세 이상인 피부양자’로 되어 있어서 직장을 다니지 않는 20~30대 청년은 무료 건강검진을 아예 받을 수 없었다. 국정감사에서 했던 문제 제기는 법 개정으로 이어져 결국 올해부터 모든 청년이 국가 건강검진의 대상이 되었다. 지나가는 청년들을 붙잡고 “건강검진 받으세요.”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정책 대상자가 분명한 사업은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정치인의 실력은 다양한 시민들의 여러 이해와 요구를 집약하여 정책적으로 실현하는 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와 자료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이며, 국정감사는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다. 그래서 국정감사를 ‘의정 활동의 꽃’이라 한다.


다만, 국정감사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는 ‘괜찮은 상품’을 판매하려는 시도다. 수요자들과 함께 정책을 고민하기보다 여론의 관심을 끌 만한 의제를 찾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 보도나 외부 평가에 신경을 쓸수록 더 그렇다. 비단 국정감사가 아니더라도 정책은 정당이 만들어 시장에 파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민들은 진열대에 놓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된 결사체를 필요로 한다.


아쉽게도, 최근 정치인들의 경향은 수요자와 함께 공들여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정당의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정치적 토대를 만드는 것보다 언론 노출, 강한 언사와 도발적 의제 등을 통해 세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국정감사에서 종종 발생하는 고성과 삿대질은 이와 같은 ‘이미지 정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정치의 문제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마치고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열네 번 째 국정감사를 마쳤다.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매번 새롭게 긴장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4년 내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건 나의 실력 부족 때문이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국회에서의 노력이 약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에 대한 감사이자,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국정감사에서 했던 질의는 결과 보고서에 담기고, 제도 개선, 주의, 시정, 나아가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할 수 있다. 유능한 대리자, 성실한 대표자로서 입법부가 가진 강력한 권한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 2020년, 21대 국회의 첫 번째 국정감사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끝>




박선민  l 보좌관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2004년 이래 줄곧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진보정당 최장수 보좌관이자 유일한 여성 보좌관이다. 정치가 좋아져야 약자들의 권리도 보장된다는 믿음을 버팀목 삼아 단단한 널빤지에 못을 박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때때로 망치를 집어던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왼손이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유머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느냐’를 ‘좋은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는 말을 즐겨 쓴다. 『복지국가 여행기: 스웨덴을 가다』(2012), 『불편할 준비』(공저, 2018)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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